트위터가 모든 정치 광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가짜뉴스가 확산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특히 내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소셜미디어 정치광고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터였다. 이는 페이스북이 최근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내용상 오류가 있더라도 정치 광고를 걸러내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는 전세계에서 트위터를 통한 모든 정치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리트윗할 때 도달하게 된다며 “우리는 이런 결정이 돈(광고)에 의해 위협받아선 안 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정치 광고는 시민들이 정치적 의제에 자발적으로 접근하고 논의하는 것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도시 CEO는 “인터넷 광고는 상업 광고주들에겐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매우 효과적이지만 정치에는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며 “선거에도 작용해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고 호도하는 정보, 딥페이크 등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다 전향적인 정치 광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대선 등 선거 관련 광고뿐만 아니라 민감한 정치적 이슈 광고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광고가 결국 ‘후보자 광고 중단’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투표를 독려하거나 정치인이 트위터로 견해를 전파하는 등 예외는 허용할 계획이다.
트위터는 정치 광고 중단 정책을 11월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같은 달 15일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트위터의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대표적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대조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최근 미 하원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라며 허위 내용을 담은 정치 광고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의 비판은 물론, 일부 페이스북 직원들은 저커버그 CEO와 임원들에게 “정치인 광고에 대한 현 팩트체크 정책은 페이스북이 상징하는 가치를 위협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트위터의 결정은 공화당에서의 반발을 즉각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 책임자인 브래드 파스칼은 “트위터의 결정은 보수주의자들을 침묵하게 하는 또 다른 시도로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공화당을 공격하려는 진보 진영의 광고도 막을 것이냐”라고 성명을 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