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인대회에 참가했던 이란 여성이 필리핀 망명을 신청한 채 2주간 노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국에서 범죄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마닐라 공항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여성은 모든 혐의는 조작됐다며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출신의 바하레 자레 바하리(31)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두바이발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입국하던 중 인터폴 수배를 당했다. 이란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필리핀 망명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공항에 억류돼 있다.
외신은 바하리가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고국에서 범죄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필리핀 이민국은 바하리가 이란에서 공갈과 폭행 혐의로 수배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하리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이 받는 혐의 자체가 날조됐다는 것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중국이나 이란 등 비민주주의 국가가 인터폴 수배를 악용해 인터폴 회원국으로부터 범죄자가 아닌 정치범을 넘겨받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바하리는 고국이 이같은 수법으로 자신을 소환시키려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저격 이유는 바하리가 미인대회 출전 당시 했던 퍼포먼스 때문이다. 바하리는 올 1월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 5대 메이저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인터콘티넨털’에 이란 대표로 참가했다. 당시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팔레비 전 이란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흔들었다. 레자 팔라비는 현 이란 정권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바하비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사용한 내게 화가 난 이란 정부가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했다. 이어 “필리핀에서 치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고국에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란에서 범행을 저질렀겠느냐”며 “이란으로 추방되면 징역 25년을 선고받거나 사형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테러리스트 정권이 이끄는 나쁜 경제 상황에서 자유와 인권 없이 살아가는 이란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보내는 내 메시지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썼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