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발사징후 포착 후 고성능정찰기 일본 배치

입력 2019-10-30 17:10
미국 공군의 RC-135U ‘컴뱃 센트’ 정찰기. 미 공군 홈페이지

미국 공군의 RC-135U ‘컴뱃 센트’ 정찰기 1대가 최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찰기는 세계에서 미국만 단 2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미국이 2대 중 1대를 일본에 전진 배치한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RC-135U 1대가 30일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국이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있던 RC-135U 정찰기를 일본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이 정찰기는 조만간 서해나 동해상에서 감시비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RC-135U는 날개 부분에 전파정보 수집용 고성능 안테나를 장착하고 있다. 수백㎞ 떨어진 곳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미사일 발사 징후를 식별할 수 있다. 이 정찰기는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단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했던 지난 5월에도 서해상에서 정찰비행을 했다. 북한이 ICBM급 ‘화성 15형’을 2017년 11월 발사했을 때에도 한반도 주변을 비행한 바 있다.

RC-135U 배치는 최근 북한에서 TEL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 움직임을 추적·감시했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인지, 기만전술을 펴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뿐 아니라 TEL에서도 기습적으로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을 전력화하려는 목적에서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포착된 RC-135U ‘컴뱃 센트’ 정찰기의 이동 경로. 트위터 캡처

미국은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을 시험발사한 후 대북 정찰 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미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1대는 지난 11일 수도권 상공에서 대북 감시를 위한 작전비행을 실시했다. RC-135S ‘코브라 볼’ 정찰기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던 지난 7월과 8월 각각 동해와 서해상에서 비행했다.

앞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표로 참석했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7일 귀국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미국이 (협상)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엄포를 놨다. 협상 결렬 당일 김 대사는 “ICBM 시험발사 중지 유지 여부는 미국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