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도 협상하라 등 떠밀었지만…민주당, 협상 전략 놓고 고심 또 고심

입력 2019-10-30 17:03 수정 2019-10-30 18:0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안을 12월 3일 부의하기로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그동안 추진해온 ‘先 공수처법 처리’가 공식 무산되면서 민주당의 원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 여기에 예산안까지 처리해야 할 민주당 지도부 앞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있다. 하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어떻게든 설득해내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당시 여야4당 공조라는 우회로를 택하는 것으로,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법개혁안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의결정족수(현 297명 중 149명) 확보가 필수적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공수처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을뿐더러, 선거제 개혁안의 ‘의원정수 확대’에 있어서도 큰 이견을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시간이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선거법은 협의가 없으면 진행되지 않는 만큼 한국당은 서로 역지사지 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나와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보다는 두 번째 선택지인 군소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군소 야당과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협상 또한 절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의 패스트트랙 공조는 ‘先 선거법 처리’에 기초한다. 선거법 처리를 위해서는 군소 야당이 주장하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현재 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25:75로 정하는 것을 당론으로 이미 확정했다”며 “일각에서는 세비를 줄이고 의원 수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게 그것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민주당이 협상 과정에서 어디까지 양보하고 수용할지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막판에 민주당이 극적으로 입장을 바꿔 의원정수를 확대해 검찰개혁안을 함께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문희상 의장이 검찰개혁안 부의 시점을 한 달 말미를 주고 더 논의하라고 했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반응도 ‘유감이다’라는 가벼운 정도의 반발만 했고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 따라서 반전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민주당이 한국당과 공수처법에 관한 합의를 이뤄 개혁안 의결정족수를 확보할지, 또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의원정수 문제에서 절충안을 도출해 낼지에 쏠리고 있다.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사항임을 고려하면 공수처법 합의 보다는 의원정수 확대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좀 더 실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의원이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하는 의원이 꽤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당 일각에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오히려 총선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한 의원은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의원정수 확대로 합의를 끌어낼 경우 총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투 트랙,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채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당시 여야4당 공조를 복원시키는 동시에 한국당으로서도 강하게 반대하지 못할 묘책을 갖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어느 노선을 정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안 또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