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으로 신임 사령탑에 오른 콜린 벨(58·영국) 감독은 1980년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선수로 활약한 빅리거 출신 지도자다. 영국인이지만 독일 국적을 가졌고, 28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해 선수보다 지도자로 더 많은 경력을 쌓았다. 프로선수부터 국가대표까지, 1·2군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지도한 벨 감독의 노련함은 기자회견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벨 감독은 단 네 마디의 한국어로 다소 경직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풀었다.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기자회견은 북한의 여자부 불참으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질의응답이 오갔지만, 벨 감독은 각오를 밝히는 첫마디부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발언은 영어로 했다. 그는 “E-1 챔피언십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이 대회가 나에게 첫 번째 대회면서 첫 번째 경기가 된다. 출전국이 흥미롭다. 중국, 일본, 대만은 우리의 실력을 확인할 상대가 될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을 준비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짤막하게 “감사합니다”를 덧붙였다.
오는 12월 10~18일 부산에서 열리는 EAFF E-1 챔피언십에서 여자부 출전국은 개최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상위권 국가로 평가된다. 벨 감독은 이 틈에서 ‘전승’을 목표로 삼았다.
벨 감독은 “첫 번째 목표가 모두 이기는 것”이라며 “또 내년 2월에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준비하는 대회로 임하고 싶다. 그렇다고 E-1 챔피언십을 진지하지 않게 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의 방식을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집된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회 여자부 우승국인 북한은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EAFF는 지난 5월 20일 회원국에 출전 의향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북한축구협회는 응하지 않았다. 북한축구협회는 지난달 중순에 불참 의사를 통보한 공문을 EAFF로 발송했다.
남북 여자 대표팀은 내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A조로 편성됐다. 이 예선의 전초전 격으로 서로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었던 E-1 챔피언십 맞대결은 불발됐다.
벨 감독은 “북한과 관련한 정치적 언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참가할 팀에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펼쳐질 남북전에 대해 한국어로 “문제 없어요”라고 말했다. 경직됐던 기자회견장은 곧 웃음바다가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