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비판한 유시민의 ‘조국 내사설’…근거 빈약하단 이유는?

입력 2019-10-30 11:56 수정 2019-10-31 13:10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유 이사장의 ‘추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 이사장은 29일 ‘조국 사전 내사설’의 근거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 발언을 통째로 폭로했지만 결론은 본인의 ‘추측’이었다고 털어놨다. “29일 검찰에 응답한다”는 예고 방송까지 했지만 ‘사전 내사설’의 근거는 유 이사장의 생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유 이사장이 너무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근거가 약하다. 논쟁을 야기하는 것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알릴레오 방송 내용을 분석해 보면 우선 유 이사장은 ‘사전 내사설’의 근거로 윤 총장의 사석 발언을 인용했다. 발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 내가 봤는데 몇 가지는 아주 심각하다. 법대로 하면 사법처리감이다. 내가 사모펀드 쪽을 좀 아는데, 이거 완전 나쁜 놈이다.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임명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냥 가면 장관 되어도 날아갈 사안이다. 내가 대통령 직접 뵙고 보고 드리고 싶다. 이건 대통령을 향한 내 충정이다. 사적으로 조국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이야기다. 이런 거 알려지면 검사들이 장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들고 일어난다. 임명하면 진짜 안 된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청와대 외부 인사에게 위와 같은 ‘임명 불가’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견 전달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던 8월 9일과 검찰이 첫 압수수색을 했던 8월 27일 사이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방송에서 윤 총장이 ‘임명 불가’ 의견을 조 전 장관 지명 전에 전달했다고 말했었다. 이마저도 또 말이 바뀐 것이다.

유 이사장은 윤 총장 발언 중 “내가 봤는데”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내가 봤는데 몇 가지는’이라는 말은 (윤 총장이) 여러 가지를 봤다는 뜻”이라며 “발언한 시점도 공식 수사 착수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 같은 숙달된 검사로 하여금 이런 확신을 갖게 한 근거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것이 내사 자료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사전 내사설’의 근거는 본인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8월 중순에 이미 이런 판단을 형성했을 정도면 내사 시기는 지명된 8월 9일 전후를 다 포함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며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본인의 추론과 추측, 판단을 섞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가족과 관련된 사모펀드 의혹은 업계 관계자 발로 8월 14일부터 보도됐다. 관련 고발장은 8월 19일 접수됐다. 유 이사장 설명대로 윤 총장이 ‘임명 불가’ 발언을 한 것이 ‘8월 중순’이라면 이미 윤 총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사모펀드 의혹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사모펀드 의혹 보도 직후 “이것은 전형적인 불법 투자 수법”이라며 “금융조세조사부, 특수부 검사들은 보자마자 불법이라는 감이 왔을 것”는 말이 나왔다. 특별한 내사자료가 없어도 조 전 장관 가족이 불법 투자에 연루돼 있다는 판단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상황이 갖춰져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지명 전 내사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결국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의 “내가 봤는데”라는 발언을 토대로 검찰이 ‘사전 내사’를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 이사장은 또 방송에서 사전 내사설을 주장해 논란을 야기한데 대해 “이것으로 검찰과 핑퐁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며 “검찰이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이 건에 대해서 더는 논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무슨 큰 일이 있는 것처럼 예고 방송까지 해가면서 난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 빠지겠다고 한다”며 “무책임한 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2019년10월17일 권현구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검은 방송 직후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놨다. 대검은 “지난 23일 ‘조 전 장관 지명 전에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개진하고, 면담요청을 하였으며, 조국 일가를 내사했다’, ‘검찰총장이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는 등 유시민 작가의 주장은 사실무근임을 알려드린 바 있다”며 “유시민 작가는 그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기존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공직자의 정당한 공무수행을 비방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의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거나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전달하는 거였다”며 “내사가 있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 과정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러기에는 근거가 좀 약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약간 무의미한 논쟁 아니냐”며 “이미 수사가 진행돼서 곧 조 전 장관도 소환한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논쟁이 오래 가고 지속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익에 무슨 도움이 될까라는 우려는 일단있다”고 강조했다.

‘알릴레오’ 방송에도 출연했던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지적을 이어갔다. 백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의 입장에서는 (윤 총장) 발언 내용을 내사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추측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내사를 했다고 또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너무 나가고 있다”며 “이미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추측성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여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