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폭사한 직후 IS 2인자로 꼽히던 아부 알하산 알무하지르도 미군 공습을 받고 숨졌다. IS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해온 알무하지르는 앞서 숨진 알바그다디를 이을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IS 지도부 인사들이 잇달아 제거됨에 따라 다음 후계자는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알바그다디 폭사 직후 수행한 별도의 작전에서 알무하지르를 포착해 사살했다고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무하지르는 알바그다디가 사망한지 하루만인 27일 시리아·터키 국경 지역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미군 헬리콥터의 로켓 공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과 함께 IS 소탕작전을 벌여온 시리아민주군(SDF)도 알무하지르의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마즐룸 아브디 SDF 총사령관은 트위터에 “알바그다디의 오른팔이자 IS 대변인인 알무하지르가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자라불루스 인근에서 포착돼 사살됐다”며 “SDF 정보조직과 미군 간 협조 하에 작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알무하지르는 알바그다디가 사망할 경우 그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혀왔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WSJ에 “알무하지르는 알바그다디의 잠재적 후계자의 하나였을 것”이라며 “(알바그다디의) 유일한 2인자 또는 2인자 그룹의 한 사람이 죽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파와즈 제르제스 런던정경대(LSE) 중동정치학 교수는 알바그다디가 알무하지르를 자기 딸과 결혼토록 했으며 자신의 후계자로 고려해왔다고 설명했다.
IS의 1, 2인자가 모두 숨지면서 후계자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 차기 수괴로는 살인, 납치, 인신매매 등 IS의 각종 범죄활동을 정당화한 고위 이론가 하지 압둘라가 꼽힌다. 압둘라는 IS의 글로벌 테러조직을 총괄해온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압둘라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약속한 바 있다. IS 국방장관을 지낸 전력이 있는 이야드 알오바이디도 후계자로 거론된다.
IS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알바그다디 자신도 2010년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오르기 전까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던 인물이었다. IS는 아직까지 수괴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후계자와 관련해서도 언급을 삼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알바그다디 폭사를 자기 치적으로 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알바그다디 추적에 큰 공을 세운 군견의 사진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훌륭한 개의 사진을 비밀 해제했다”며 “이 개는 알바그다디를 포착해 사살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 이름은 비밀 해제하지 않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해당 군견이 ‘벨기에 말리노이즈’ 품종으로 이름은 ‘코난’이라고 보도했다. 코난은 알바그다디 사살작전 도중 경상을 입었으나 현재는 완전히 회복돼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에도 같은 품종의 군견 ‘카이로’가 공을 세운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