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KS 10회 노히트노런’ 배영수, 20년 마운드서 내려오다

입력 2019-10-29 09:42

2004년 10월25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는 3차전까지 1승1무1패로 팽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4차전을 앞두고 삼성은 배영수(38)를, 현대는 마이크 피어리(50)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배영수는 8회 2사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갔다. 현대 박진만(43)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배영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0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막아냈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116구, 11개의 삼진을 잡았다.

11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경기는 12회까지 갔지만 0대 0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10회 노히트노런이었지만 비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지난 26일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다. 11-9로 앞선 연장 10회말 1사 상황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30)을 독려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가 투수 교체 없이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제한 규정(2회)를 넘겨 버렸다.

배영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키움 4번 타자 박병호(33)를 4구만에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잡아냈다. 이어 5번 타자 제리 샌즈(32)를 1구만에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 마운드에는 배영수가 있었다.

15년전 노히트노런을 하고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던 아픔을 지워버렸다. 개인통산 11번째 KS 25경기 출장이었다. 최고령 한국시리즈 세이브 기록도 갈아치웠다.

배영수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1차 지명됐다. 입단 첫해 1승도 따내지 못하고 2패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1년 35경기에 나와 13승(8패)을 거두며 첫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0회 노히트노런을 했던 2004년에는 17승까지 달성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11경기에만 뛴 뒤 전력외로 분류되면서 방출을 요구했다. 그리고 두산과 손을 잡았다. 1년 계약이었다. 올해 37경기에 나와 1승을 보탰다. 그러면서 138승을 거뒀다. 현역 최다승 투수다.

배영수가 프로 생활 20년을 뒤로 한채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배영수는 28일 김태형 감독을 만나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푸른피의 에이스에서 팔색조 투수로 변신하며 KBO리그를 호령했던 배영수다. 그리고 그는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끝까지 지킨 투수로 야구팬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