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중전회 관전포인트…시진핑 권력 강화될까, 약화될까

입력 2019-10-28 17:42 수정 2019-10-28 17:56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막이 올랐다. 4중 전회는 ‘중국 통치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가 핵심 의제여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권력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서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배를 강화하는 쪽으로 통치체제 현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할지, 홍콩 사태나 미중 무역전쟁 관련 문책이 이뤄질지도 관전포인트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특색사회주의 제도의 견지와 완비, 국가 통치 체계와 통치 능력의 현대화 등을 4중전회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국가 통치 체계와 능력을 어떻게 현대화할지, 지도 체제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중국의 최대 현안인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 장기화 등 안팎의 각종 혼란이 4중 전회에서 논의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홍콩·마카오 사무를 총괄하는 한정 상무위원이나 캐리 람 행정장관이 문책 대상으로 거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위대에 굴복하는 모양새인데다, 특히 한정 상무위원은 7인의 최고지도부 일원이어서 그를 문책하면 시 주석 스스로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이어서 당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상하이의 정치 평론가인 천다오인은 “상당한 논쟁이 불가피한 (홍콩) 문제는 4중 전회 의제에 포함되지 않고 통상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다뤄진다”며 “4중 전회에서는 당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또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등 경제운용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도 애매하다. 미중 무역협상은 시 주석의 오랜 친구이자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맡아왔고, 미·중 무역전쟁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과 ‘세계 최강 군대 건설’이라는 강군몽(强軍夢) 등을 주창한 시 주석이 미국을 자극해 초래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계자 등장설’ 역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시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전제 하에 나오는 관측이다.

홍콩 명보는 이번 회의에서 상무위원 수가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나고,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와 후춘화 부총리가 신임 상무위원으로 임명돼 후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시 주석은 집권 초부터 부패와의 전쟁 등을 통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했고, 지난해 2월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확고하게 다졌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리더십을 약화와 조기 레임덕까지 우려되는 후계자 지명을 한다는 것은 기존 흐름과 어긋나 보인다.

특히 4중 전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당의 영도’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통치 체계의 현대화’는 결국 당과 시주석의 지배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4중전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발언을 집대성한 ‘모든 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 견지를 논함’이란 책자를 만들어 중국 전역에 배포했다. 이 책은 2012년 11월 17일부터 지난 7월 9일까지 당과 국가기관에서 시 주석이 한 연설 70편을 묶은 것으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영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당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 내용을 게재하기도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마르크스 정당이 권력을 잡기는 쉽지 않지만, 권력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마르크스 정당에 잘못된 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사회주의 국가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러 흐름을 종합해보면 중국이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분열되기 보다는 공산당과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해 당의 지배를 강화하는 ‘통치 현대화’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해 2월 3중 전회 이후 20여개월 만이다. 1977년 이후 가장 공백이 길다. 4중전회 논의 결과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