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文에 “문재앙”…한국당 유튜브 애니 논란

입력 2019-10-28 17:46 수정 2019-10-28 21:52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 中 일부. 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쳐


자유한국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에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격을 거론하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28일 당의 공식 캐릭터 ‘오른소리가족’을 발표하면서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양치기 소년 조국’과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두 편을 올렸다.

논란은 ‘벌거벗은 임금님’ 편에서 비롯됐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차용해 만든 4분짜리 애니메이션에는 문 대통령이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등장한다. 문 대통령이 간신들이 가져온 ‘안보 재킷’과 ‘경제 바지’를 입고 ‘인사 넥타이’를 맨 뒤 즉위식에 섰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게 주 내용이다. 현 정부의 안보·경제 실정과 인사 실패를 비판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 中 일부. 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쳐


애니메이션 속 문 대통령은 속옷만 입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사 넥타이’를 매는 장면에서는 조 전 장관이 경찰차 앞에서 수갑을 찬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때 문 대통령은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지구나”라고 말한다. 영상의 말미에서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문 대통령은 쓰러져 목숨을 잃는다. 백성들은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라고 대통령을 조롱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 검찰 개혁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는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희망과 상생, 협치의 모습일 것”이라며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드높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고, 지금의 국민들에게 어울리는 정치 행태인지묻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런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한국당은 국민을 모욕한 동영상 제작 관련자 모두를 엄중 문책하고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분들이 악의적인 동기를 갖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정부가 쓴소리도 들으면서 고칠 것들을 고쳐 달라는 취지로 저는 읽었다”며 “동화를 잘못 읽었다고 처벌하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