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괴 사망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IS 부활 우려

입력 2019-10-28 17:38
미군의 급습 작전으로 숨진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미군의 급습 작전으로 사망했지만 IS 부활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IS 수괴의 죽음’이 주는 상징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북동부 지역서 완전히 발을 빼려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경우 IS 잔존 세력에게 전열 재정비의 기회만 열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테러단체중 가장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에 능했던 IS가 곳곳에 뿌려놓은 점조직 씨앗들이 새로운 구심점이 나타날 경우 빠르게 재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전문가들과 전직 미 국방·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IS의 부활과 확장을 막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자신의 업적으로 치켜세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IS 전투원 포로가 다수 억류돼 있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해당 지역의 안정화 및 재건을 위한 자금을 수억 달러 가까이 삭감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IS 척결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는 개입도 없다’는 신고립주의 기조하에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이해 당사자들이 미국을 대신해 군대 주둔비 등 온갖 재건 비용을 인계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최근 미군 철수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지역에서 터키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장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군의 공백이 현실화되자 터키는 이 지역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해 이들을 몰아냈다. 공백을 틈타 러시아와 그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독재 정권도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양측은 끝내 이 지역을 공동 관리키로 합의했다.

WP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한때 이라크·시리아에 걸쳐 강대한 세력을 구축했던 IS와 맞서 국제 연합군을 지휘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럴 의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로 인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혼란은 IS 잔존 세력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이 지역에서만 1만여 명에 달하는 IS 전투원 포로들을 억류하고 있는데 터키와의 전쟁 이후에는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혼란을 틈탄 IS 포로들의 대량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한 SDF 병사는 WP에 “IS 포로 경비 인원 중 절반이 터키와의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털어놨다.

친미 성향의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의 성공은 미 군·정보당국의 전략 자산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며 미국이 이 지역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군의 시리아 철수의 가장 큰 결과는 IS의 재출현일 것”이라며 “IS를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2011년 사망 후에도 점조직으로 명맥을 이어갔던 알카에다가 알바그다디라는 수장의 등장과 함께 IS로 규합됐듯, 이들 극단주의자들에게 새 구심점만 나타나면 언제든 대형 테러조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교수’ ‘파괴자’라는 별명을 지닌 압둘라 카르다시가 알바그다디의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정보 당국자는 미군 공습으로 인한 부상, 당뇨·고혈압에 시달렸던 알바그다디를 대신해 카르다시가 사실상 지난 3월부터 IS의 일상적인 운영과 작전을 도맡아 왔다고 말했다. 이슬람학을 공부한 그는 IS 내에서 잔혹하고 권위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IS가 후계자 선정을 비롯해 알바그다디 죽음 이후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며 “IS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