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시골집 부엌에 걸려있던 나무판자가 알고 보니 르네상스 초기에 그려진 성화로 판명됐다. 이 성화는 경매에서 무려 3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돼 중세 회화 작품으로서는 가장 비싼 값에 팔렸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13세기에 활동했던 피렌체 화가 지오바니 치마부에의 작품 ‘조롱받는 예수’가 경매에서 2400만 유로(약 311억원)에 낙찰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작품의 예상 낙찰가는 600만 유로(약 78억원)였으나 4배 비싼 금액에 팔렸다. 경매사 악테옹 측은 이번 낙찰가가 고미술 작품 중에서는 8번째로 높은 금액이며 중세 작품 중에서는 가장 비싸다고 설명했다.
치마부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풍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럽 회화의 아버지로 꼽히는 지오토 디 본도네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의 본명은 체니 디 페포이며 치마부에는 황소의 머리를 뜻한다.
이 작품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의 한 가옥 부엌에 방치돼 있었다. 집주인인 90대 할머니는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 이 그림을 평범한 러시아제 성화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 그림의 진가가 드러난 건 지난 6월 집주인 할머니가 이사를 결정하면서다. 경매사 직원이 집을 방문해 고가구 등 가치 있는 물건이 있나 둘러보던 중 이 그림이 발견됐다. 그림은 부엌 화로 위에 걸려 있었으나 다행히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고 한다.
치마부에의 작품은 현재 11점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작품은 1280년쯤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이 걸렸던 가옥은 1960년대에 지어졌다. 따라서 그림은 다른 데서 이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할머니와 가족들은 그림이 왜 집에 오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