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0대의 약 15%가 피가 비치는 오줌, 즉 혈뇨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들 10명 가운데 3~4명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뇨는 방광암 등 비뇨기계 암의 대표 증상 중 하나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 질환을 꼭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혈뇨가 비뇨계 발생 암의 증상 중 하나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4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했다.
대한비뇨의학회가 지난 9월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의 14.8%(74명)가 혈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혈뇨를 경험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병원 가서 진료를 받는 비율이 58.1%로 나타났다. 이 중 비뇨의학과를 방문한 사람은 83.7%이고 내과 16.3%, 가정의학과와 산부인과 방문 비율은 각각 4.7% 였다(중복 응답).
주목해야 할 점은 혈뇨를 경험했을 때 약국에서 약만 구매한 비율이 4.1%, 민간요법 이용이 1.4%,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비율이 36.5%나 된다는 사실이다(중복 응답).
학회 이규성 회장은 “혈뇨는 방광암, 신우요관암을 비롯한 비뇨기계 발생 암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자 비뇨계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라면서 “혈뇨가 발생했을 때 전문 진료과인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혈뇨가 비뇨계 발생 암 증상 중 하나라는 인식은 전체 응답자 중 25.6%에 불과했다. 질환별로 보면 혈뇨가 방광암의 주요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비율은 8.4%, 신우요관암의 주요 증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은 5.6%로 매우 낮았다.
혈뇨가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금속 재질로 돼 있는 ‘경성 방광내시경’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검사 과정에서 통증이 종종 수반되는 단점 때문에 검사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응답자의 50.5%는 ‘향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연성 방광내시경’은 유연하게 휘는 재질로 돼 있어 검사 시 통증이 미미해 불편함이 크게 덜어졌다. 따라서 연성 방광내시경 확산을 통해 비뇨의학과 방문 환자의 불편감을 최소화하면서 혈뇨 원인의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향후 비뇨기암,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등을 앓는 환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0세 이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비뇨의학과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 권고다.
이번 조사에서 비뇨의학과 정기 검진을 받는 비율은 22.4%로 매우 낮았다. 또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을 종종 느낄 때’ 또는 ‘통증은 없지만 혈뇨 증상 등 소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병의원을 방문하는 비율은 각각 40.7%, 36.4%로 나타나 비뇨기계 이상 증상이 있을 때 병의원을 찾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이규성 회장은 “예전에 비해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이상 증상이 있음에도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면서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비뇨계 질환 발생률도 함께 증가하므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비뇨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