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방어 ‘연초 돈 끌어다 쓰기’…4분기 정부 성장률 방어 역부족

입력 2019-10-24 17:55 수정 2019-10-24 17:56

민간 위축으로 ‘정부 지출’ 성장 이끌어
올해 연초 경기 방어 예산 많이 끌어다 써
연간 2% 성장하려면 4분기 0.9% 이상 성장
연말 재정 실탄 부족해 성장률 달성 여부 불투명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올해 연간 2.0% 성장하려면 4분기에 최소 ‘0.97%’ 성장률 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2%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민간 위축으로 성장을 책임진 건 ‘나랏돈’이다. 정부는 이미 경기 부진을 방어하는 데 올해 예산의 약 70%를 쓴 상태다. 4분기에 쓸 ‘실탄’이 적다. 연말에 민간 부문의 경기가 ‘재정 절벽’을 뛰어넘을 만큼 풀리지 않으면 2%대 성장이 어렵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2.0%로 잡고 있다. 2.0%에 턱걸이를 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최소 0.6%(전 분기 대비)의 성장률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3분기 성적은 0.4%다. 때문에 4분기에 ‘1% 성장’을 해야만 올해 연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건 재정지출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에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였다.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던 지난해 4분기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3% 포인트였다. 1.0% 성장했던 올해 2분기엔 -0.2% 포인트였다. 이를 메우고,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 정부였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0.4%의 ‘역성장’을 보이자 돈을 집중적으로 풀었다. 469조6000억원에 이르는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2분기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인데도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1.2% 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전체 분기 성장률을 1.0%에 맞췄다.

문제는 하반기다. 정부가 연초 과감하게 돈을 투입한 배경에는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 있었다. 상반기에 재정으로 경기를 방어하고, 하반기에 대외여건 개선 등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셈법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예산에서 이미 지출한 금액 비중은 중앙재정 78.5%, 지방재정 63.1%, 지방교육재정 71.9%에 이른다.

이런데도 경기는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만 있다. 3분기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2% 포인트로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미약하다. 정부도 ‘쓸 돈’이 적어지면서 성장 기여도 0.2% 포인트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민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정부지출은 소비와 투자로 다시 나뉜다. 정부소비는 인건비, 경상경비, 사회보장현물수혜 등이고 정부투자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이다. 올해 3분기에 정부지출 중 투자는 더 부진했다. 정부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2% 포인트인 반면 정부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0% 포인트에 그쳤다.

정부의 ‘실탄’은 4분기에 더 쪼그라든다. 재정지출 효과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4분기에 ‘0.97%’를 달성해 연간 2.0% 성장률을 맞추려면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해 민간이 성장을 해야 한다. 현재 흐름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은 얘기다.

정부는 일단 적은 돈이라도 남기지 않도록 예산의 불용이나 이월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산을 최대한 써서 4분기 성장률을 뒷받침해보겠다는 의지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4분기에 1% 성장을 할 수 있느냐는 민간의 성장 기여도 확대, 올해 예산의 최대한 활용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