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을 했던 검사가 24일 “파견 갈 때, 복귀 때 두 번 인사간 것 외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지도 않고, 보고한 적도 없고, 지시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수사에 문제가 있었고 윤 총장이 수사 보고 라인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적어도 윤 총장이 보고 라인에 있었다는 군인권센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노만석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을 지냈다. 노 담당관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합수단을 꾸려서 서울동부지검으로 갔고 모든 보고는 대검에 했다”며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단 ‘1’도 보고를 드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합수단 인원도 대검과 상의해서 꾸린 것”이라며 “중앙지검장, 중앙지검 소속 차장검사와 협의하거나 지시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 담당관은 “당시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민간인들 불기소 결정은 대검과 협의 후에 내가 한 것”이라며 “제가 이렇게 처분을 내리겠다고 보고했고 대검도 오케이를 해서 그렇게 처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끼어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따라서 보고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합수단 현판식에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노 담당관과 오인서 대검 공안부장, 송규종 대검 공안기획관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계엄령 문건 수사 논란은 군인권센터가 처음 제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합수단이 황 대표를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와 언론인터뷰에서 “합수단장을 맡았던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소속이었고 따라서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전날 “합수단은 별개의 독립수사단으로 구성돼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었다”며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 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비겁한 변명”이라며 “계엄령 문건 사건의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발신인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으로 돼있고 직인도 찍혀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단이 별개의 독립수사단이었다면 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본인 직인이 찍혀있는데 자신은 보고 받지 않았고, 수사 결과에도 관여한 바 없다면 합수단장이 지검장의 직인을 훔쳐다 찍었다는 말”이라며 “관여한 바 없다는 윤 총장의 변명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는 행정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오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독립된 검찰 수사단이 꾸려지면 개별 검사들의 수사단 파견이 이뤄진다. 파견 검사들은 수사 관할지 등을 고려해 임시로 소속을 변경하게 된다. 합수단의 경우는 서울중앙지검이 관할지였다. 파견 검사들은 파견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 소속이 됐다. 이때 수사단 소속 파견 검사는 원 소속청과 파견 소속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검에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다. 계엄령 문건 합수단도 피의자 처리 방향 등을 통상대로 대검과 협의했다. 지난해 꾸려졌던 ‘김학의 수사단’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독립수사단으로 구성돼 여러 검찰청에서 검사를 파견 받았고 이들은 임시로 서울중앙지검 소속으로 근무했다. 보고는 여환섭 당시 수사단장이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아닌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했다.
짚어줘야 할 부분은 또 있다. 불기소이유통지서는 해당 검사의 행정적 소속청 검사장 명의로 나간다는 것이다. 노만석 당시 합수단장의 소속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따라서 당시 중앙지검장인 윤석열 총장 명의로 불기소이유통지서가 나갔다. 대검 관계자는 “불기소결정문은 기관장 명의로 일괄 발급되는 것이어서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있지만 윤 총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기소결정문 원문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는 노만석 당시 합수단장이 중앙지검 내부 결재 없이 사건을 처리한 근거로, ‘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결재란에 사선이 그어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차장검사의 결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불기소결정문에는 사선이 없는데, 이는 민원인 등에게 발급하는 불기소결정문은 내부 원문과는 달리 결재란이 공란으로 비워져 발급되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 군인권센터가 금방 확인될 허위사실로 허위자료를 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같은 의혹 제기를 윤석열 총장을 흔들기 위한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상관 8명은 참고인중지 처분했다. 이는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더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전 사령관은 미국에 머물면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정진용)가 수사 중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