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팀이다. 올 시즌 동부 지구에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97승65패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워싱턴은 93승69패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89승73패를 거둔 밀워키 브루어스와 맞붙어 4대3으로 가까스로 이기고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 나섰다. 106승56패로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팀인 LA 다저스와 맞붙어 3승2패를 거두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선 4연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에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한 월드시리즈에서도 2승을 먼저 챙겼다.
MLB닷컴에 따르면, 리그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 등 7전 4선승제로 진행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에서 이긴 팀이 우승한 확률은 84.5%(84번 중 71번)에 달했다. 언더독(약팀)의 반란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4년부터다. 와일드카드를 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지구 우승팀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디비전 시리즈를 시작했다. 와일드카드팀의 우승 횟수가 늘자 2012년부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됐다. 지구 우승팀이 아닌 구단 가운데 리그별로 승률이 좋은 두팀이 단판 승부를 벌여 디비전시리즈에 나가도록 했다.
KBO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015년 도입됐다. 10구단 체제가 들어서면서 부터다. 4위팀이 1승을 안고 5위팀과 2경기를 치른다. 무승부를 기록해도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5위는 무조건 2승을 해야 올라갈 수 있다. 올해까지 5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모두 4위팀이 승리했다. 그런데 4위팀마저 2015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없다.
4위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등 최대 12경기를 거친 뒤에나 가능하다. 최소로 따져도 7경기다. 반면 정규시즌 우승팀은 이 기간에 충분한 휴식과 전력 점검을 마치고 기다린다. 절대적으로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유리한 계단식 구조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도 정규리그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가 2연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3위팀인 키움 히어로즈는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 SK 와이번스와 3경기를 거친 뒤 한국시리즈에 나왔다. 총 7경기다.
메이저리그에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한 팀이 지구 우승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른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한다. 언더독의 반란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KBO리그 또한 이제는 5위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 계단식 포스트시즌 제도를 수평적인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