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여성장애인들의 소득 활동이 유난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열망은 높지만,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적고, 그마저도 1년 미만의 임시근로자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최근 ‘제주지역 여성장애인 취업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고용노동부의 ‘2018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와 ‘2018년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 원자료 중 제주도 자료를 재분석했다.
조사 결과 제주지역 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20.7%)은 남성장애인(46.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장애인의 상당수가 높은 구직 의지를 드러내, 일을 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음을 시사했다.
근로 중인 여성장애인의 경우 과반수(54.7%)가 도내 1~4인 소규모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45.4%는 임시근로자였다. 고용계약 기간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이 압도적(96.6%)으로 높았다. 이는 근로 중인 여성장애인 상당수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등 법에 보장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5인 미만의 사업장과 장애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업 여성장애인들은 평균 근무시간도 짧았다. 정규 근로시간과 초과 근무시간을 합쳐 주당 20.26시간으로 하루 평균 4시간가량에 그쳤다. 여성장애인의 71.2%가 이 같은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단시간 근로를 하는 이유는 ‘장애로 인해 오랜 시간 근로를 할 수 없어서’(37.6%)가 가장 많았지만, ‘전일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35.5%)라는 응답도 많았다. 짧은 근로시간은 저임금으로 이어졌다. 여성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72만원으로, 2019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남성 208만원보다 아주 낮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자료 분석과 함께, 심층 면접조사를 병행했다. 여성장애인과 고용주·인사담당자 등 2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에서는 여성장애인들이 취업에 대해 높은 열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들은 저학력, 자격증 부족, 이동의 어려움, 일자리 정보 부족 등으로 구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장애인 고용업체에 대한 홍보, 다양한 인센티브 개발, 지원 서류 간소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제주지역 여성장애인 수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매우 낮다”며 “경제활동이 개인의 독립된 삶에 기반이 되는 만큼 여성장애인들의 취업 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취업 지원 기반 구축, 장애 유형별·장애 정도별 교육프로그램 개발, 도민의 장애인 관련 인식개선사업 확대, 여성장애인 고용할당제, 여성장애인 고용기업 지원 인센티브 발굴 등 5개 영역 20개 세부과제를 제주도에 제안했다.
한편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상용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467만원(월 임금 288만9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제주도 등록장애인은 2007년 4.7%에서 2018년 5.3%로 증가했다. 성별 비율은 2007년 여성 43.7%, 남성 56.3%에서 2018년 여성 45.0%, 남성 55.0%로 여성장애인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