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농심 달래기 나선 정부, “공익형 직불제·상생기금 지원 약속”

입력 2019-10-24 11:21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문제 결정을 앞두고 막바지로 농민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나라키움 여의도빌딩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고 공익형 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기업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를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는 회의 공개 여부 등을 놓고 파행을 겪은 지 이틀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김 차관은 모두발언에서부터 농업계 반발을 의식한 듯 “정부는 농업을 단지 하나의 개별산업이나 여타 산업을 위해 희생·양보해야 하는 대상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이 갖는 중요성과 농민 분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이번 WTO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정부의 개도국 지위 문제와 관련된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우리 경제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 및 농업계 의견까지 두루 감안해 10월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농민들이 우려하는 WTO 개도국 특혜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농민 단체들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업 예산을 국가 예산의 5% 수준으로 증액,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에 대한 정부 출연, 취약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 6개 항목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농민 단체가 요구해온 농업예산 증액과 관련해 “정부는 내년 농업예산 규모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4.4%·6000억원)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지방에 이양한 부분(8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을 10%에 육박하는 수준(16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대해서도 “기업의 출연이 활성화되도록 인센티브 확대, 현물출연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차관은 공익형 직불제와 관련해 “이 제도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만큼, 정부도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8천억원 늘린 2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농업 분야 민관합동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 김 차관은 “제가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 내에서 검토해 보고 농업계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수렴할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국정감사 참석을 위해 간담회장을 떠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간담회는 파행돼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참석자 중에서 ‘돌아가야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계속 간담회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진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