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콜린입니다. 저는 잉글랜드에서 왔어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 돼서 영광입니다.”
중년의 영국 남성이 준비해온 한국어로 한국 팬들에 첫 인사를 건넸다. 여자 축구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 된 콜린 벨 감독이 취임 소감을 밝혔다.
벨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월 열리는) 동아시안컵에서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내고 올림픽 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한 단계 한 단계 준비해 월드컵 4회 연속 진출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벨 감독은 영국 레스터 출생으로 독일에서 오랜 시간 선수와 지도자로 생활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28세에 선수 생활을 마친 벨 감독은 코블렌츠에서 지도자로서 발을 뗐다.
여자축구 감독을 맡은 건 2011년부터다. SC 07 바드 노이에나르 감독을 시작으로 2013년엔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따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는 아일랜드 여자 국가대표팀을 지도했고 최근엔 잉글랜드 챔피언십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를 맡았다.
오랜 유럽 생활 끝에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벨 감독은 “이 팀과 선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했고 좋은 성과를 낼 거라 확신했다”며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협회가 여자축구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도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벨 감독은 선임 직전인 4일과 7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친선경기를 관전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미국에 0대 2로 패한 후 2차전에선 1대 1로 비겼다. 벨 감독은 “2차전에서 한국은 강한 압박과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미국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상당 시간 경기를 지배했다”며 한국의 강점을 꼽았다. 이어 “단점인 세트피스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에 앞서 도덕적인 자질 검증에도 신경을 썼다. 벨 감독이 감독을 맡았던 아일랜드 축구협회와 프랑크푸르트 구단 측에 공문을 보내 재직 기간 부적절한 처사가 없었는지 검증했다. 김 위원장은 “아일랜드와 프랑크푸르트 구단 측에서 벨 감독이 좋은 감독 수행능력과 함께 스탭과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아냈다고 추천했다”고 밝혔다.
벨 감독은 여자축구의 특성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남녀축구의 차이점은 체격이다. 또한 여자팀 선수들은 감정이 풍부하고 헌신적이며 스폰지처럼 감독과 소통하고 경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남자팀 선수들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남녀축구를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비교할 게 아니라 여자축구는 여자축구로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특성을 잘 활용해 이기는 팀을 만들어 여자축구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어린 선수들이 최대한 많은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벨 감독은 내년 2월 펼쳐질 북한과의 올림픽 예선에 대해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북한은 북한일 뿐이고 하나의 또 다른 축구 경기라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면서도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큰 관심이 모였던 북아일랜드전을 두 번 치렀는데 두 경기 다 승리를 거뒀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선수 폭행 문제로 최인철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새 감독을 선임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본격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벨 감독은 “WK리그를 관전하고 지도자들을 따로 만나 선수들을 분석할 것”이라며 “16세 선수도, 36세 선수도 실력만 충분하다면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 최고의 선수로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