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일 정한 유승민, 손학규는 격노 “박근혜 배신하더니…기회주의자”

입력 2019-10-21 16:56 수정 2019-10-21 17:24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12월 정기국회까지는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 저희들의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스케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 후 신당 창당 시점을 밝힌 것이다. 같은 당 손학규 대표는 “12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나가라”며 유 의원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비당권파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예산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법안을 처리한 뒤에 결심을 행동에 옮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을 비롯한 변혁 소속 의원들은 그간 손 대표를 물러나게 할 방도가 없다고 보고, 탈당과 신당 창당 카드를 검토해 왔다. 변혁 소속 의원들은 지난 19일 비공개 회동에서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편안과 검찰 개혁 법안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선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논의가 마무리되는 12월을 ‘거사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변혁의 다수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으로 날치기한 선거법에 대해서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며 “권력의 도구가 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한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12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탈당 시점은 조금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유 의원은 신당 창당에 앞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앞서 그는 한국당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고, 개혁 보수 노선을 받아들이라며 통합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공조 여부에 대해서는 “새로운 얘기가 없다. 아직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손 대표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이 4월부터 탈당을 생각하고, 12월부터 실행하겠다고 한다. 이런 거짓과 위선이 어디 있느냐”며 “유 의원은 그동안 계파정치와 분열정치를 앞세웠고, 진보와 호남을 배제한 수구보수 정치인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다가 결국 배신했다. 양보의 정치는 전혀 없고, 오직 나 혼자만이 주인이 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4월부터 탈당을 생각했다는 사람이 그동안 똘마니들 시켜서 당 대표 몰아낼 궁리만 했다. 당을 풍비박산 내놓고 나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어림없다”고 경고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