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고교 여자 축구팀이 경기 도중 ‘남녀 동일 임금’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경고를 받았다고 20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18일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 고등학교 여자 축구팀이 경기에서 첫 골을 넣자 일부 선수들은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들이 유니폼 아래 받쳐 입은 흰 티셔츠에는 '#동일임금'(EqualPay)이라는 문구가 굵게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경기 주심은 공식 경기에서 슬로건이 적힌 유니폼을 입어선 안 된다는 리그 규정에 따라 4명의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여고생 선수들의 이 같은 행동은 최근 미국 축구계에서 일고 있는 성평등 주장의 일환이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7월 프랑스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공식 축하 행사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남녀 동일 임금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여자 대표팀이 더 우수한 성적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남자 대표팀보다 임금을 현저히 적게 받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미 축구협회가 남녀 대표팀의 임금 불균형 등 ‘조직적인 성차별’을 자행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일임금 논쟁’에 가세한 벌링턴고 선수들도 이날 세리머니가 남녀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대표팀의 노력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 WPTZ에 전했다.
벌링턴고 소속인 선수는 “(임금 격차가) 끔찍하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WPTZ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이 팀에게 ’#동일임금’ 티셔츠 주문 요청이 500건 이상 들어왔다고 한다.
벌링턴고 여자 축구팀은 티셔츠를 장당 25달러(약 2만9000원)에 판매하지만, 임금 격차 해소를 상징하기 위해 남성들에게는 4.8달러를 추가로 받아 장당 29.8달러(약 3만5000원)에 팔기로 했다. 이들은 티셔츠 판매 수익을 현지 여성 청소년 축구 프로그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NBC는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