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물가·경기 보면 금리 낮출 상황…제로 금리는 부담”

입력 2019-10-21 10:4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경기를 보면 기준금리를 낮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제로(0) 금리’까지 가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 통화정책의 여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요인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4% 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이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물가와 경기만 보면 진짜 금리를 낮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여력 확보와 금융안정, 국가 경제의 득실”을 지목하면서 기준금리 추기 인하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는 지금도 낮은데 제로(0) 금리까지 가기에는 아직도 여러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 정책 여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막상 리세션(침체)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이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에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을 때 비판이 있었는데 거꾸로 당시 안 올렸다면 지금은 어떻게 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0% 안팎 상승률이 한두 달 이어진다고 예측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라면서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이 경제 성장률에서 ‘0.4% 포인트’ 정도 타격을 입었다고 공개했다. 미·중 관세부과로 한국 수출이 감소한 데 따른 하락 효과가 0.2% 포인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투자·소비 등이 둔화한 영향이 0.2% 포인트라고 추산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양 당사국을 빼고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을 한국 경제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둔화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요인 악화 탓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은 다소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부분적 합의를 하면서 최악은 면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고,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도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