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공분을 일으킨 광고를 송출 중단했다. 유니클로는 “위안부 조롱 의도가 없었다”며 광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광고를 내렸다. 유니클로 해명대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역사의식이 결여되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광고는 중단됐지만 유니클로를 포함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논란이 된 광고를 19일 밤부터 송출 중단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경영진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유튜브 공식 계정과 방송사 등을 통해 나가던 논란의 광고는 내려졌다.
유니클로는 지난 18일 공식입장을 내고 광고가 의도된 게 아니라며 해명했다. 유니클로는 언론 해명자료에 “유니클로 광고와 관련한 루머에 대해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리스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비판과 문제제기를 ‘루머’로 단정하는 등 태도 논란까지 겹치며 유니클로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거세졌다.
문제가 된 광고에는 패션 컬렉터인 아이리스 압펠(98)과 패션 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13)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담겨있다. 광고에는 실제 두사람의 대화엔 없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자막이 등장해 공분을 일으켰다.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졌던 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일제 전범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거센 항의와 비판이 쏟아졌다.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진행한 한국 진출 15주년 대규모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리며 불매운동에 균열이 일어나는 듯했다. 할인행사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한 유니클로와 여기에 넘어간 일부 소비자들 모두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광고 논란까지 겹치며 주춤하던 불매운동은 오히려 ‘유니클로 퇴출운동’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유니클로의 대응 미숙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상황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사의식이 없고 인권 감수성도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인만큼 ‘80년 전’의 역사적인 상황을 헤아릴 수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최근 겪고 있는 상황과 역사적인 상징성을 감안하면 광고 집행을 감독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제지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유니클로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다소 회의적이었다는 안모(29)씨는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말고는 자유라고 생각했고,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 좀 거슬렸었다”면서도 “하지만 이 광고를 보고 난 뒤 나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이혜진(39)씨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감수성도 없을 수 있겠느냐”며 “의도됐다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유니클로가 사과 없이 ‘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한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이나 기업의 공식적인 사과 없이 문제가 된 요소만 도려냈다는 점에서 수습 방식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고를 내린 것은 문제제기에 대응해서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의도와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낀다면 유감이라고 답변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전혀 의도적인 게 아니었는데 여러 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영진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논의한 끝에 광고를 내리는 ‘행동’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군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일종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의도성 여부와 상관없이 유니클로가 사과해야 할 일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이유다. 부산노동자겨레하나 등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유니클로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고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명쾌한 설명 없이 광고를 내린 건 (기업의 대응이라고 보기엔) 의외다”라며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보이콧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이택현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