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최근 가진 무역협상 이후 서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무역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19일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2019 세계 가상현실(AR) 산업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새로운 중미 무역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거둬 단계적 서명을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무역전쟁을 격화시키지 않는게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고 전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며 “양국은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잘 해결해 공동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을 간다는 기본적인 측면에는 변함이 없으며 발전 전망도 여전히 매우 밝다”며 “우리는 자신감과 더불어 거시 경제의 목표를 실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11일 워싱턴에서 제1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타오란노트는 “류허 부총리가 ‘평등’과 ‘상호 존중’을 거론한 것은 더욱 강경한 대중 조치로 무역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미국내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라며 “앞으로 부분적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평등과 상호 존중이란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르그 우트케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술분야부터 인적교류까지 미·중의 다양한 갈등 가운데 무역은 가장 사소한 것이고, 기술 전쟁은 훨씬 더 심각하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미·중이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합의를 이끌어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양국이 (1단계) 합의문 뿐아니라 2단계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며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은 1단계 합의의 요소이고, 기술이전 문제는 2단계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크리스티나 코크’ 등 두 여성 우주인과 화상회의를 하며 “우리는 중국과 잘 협력하고 있다. 우리가 해냈다. 서명이 남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매우 쉽고 희망적으로 다음달 칠레 정상회담까지 서명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거기(APEC 정상회의)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농부들은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내가 칠레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마 합의에 서명이 되지 않겠지만 이미 이행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11월 16∼17일 칠레에서 열린다.
지난 11일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은 이달 추가로 시행 예정이었던 대중 관세 인상을 보류하고, 중국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하는 스몰딜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