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체포되는 청소년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인권 보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체포된 학생들 중에는 12살 학생도 있었으며 학생들에 대한 구타와 장기 구금도 이뤄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6월 초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최근까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15세 이하 청소년의 수는 105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8월 말부터 홍콩의 중등학교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경찰에 체포되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특히 지난 6일에는 12살 학생 2명이 경찰에 체포됐는데, 이는 지난 6월 초 시위 시작 후 체포된 사람 중 최연소다. 시위에 활발하게 참여해왔다고 한 12살 여학생은 “경찰에 체포될 경우 이들이 나를 어떻게 다룰지 몰라 걱정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러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다시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경찰이 이들의 인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1990년 발효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 사법권 행사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홍콩 경찰은 이 협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법률적 권리를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에 대해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최근 지하철역 인근에서 체포된 15살 학생은 경찰에게 곤봉으로 구타당해 얼굴을 다쳤다”며 “이 학생은 체포된 후 5시간이 지나서야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었고, 그의 가족은 그때까지도 행방을 알지 못해 애를 태워야 했다”고 전했다.
홍콩 시위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학생들과 경찰서까지 동행하겠다고 경찰에 요청하지만 경찰은 이 요청을 번번이 묵살한다.
아울러 경찰이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청소년을 장기 구금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을 더 키운다. 지난 8월 29일 체포된 13살 여학생은 경찰이 치안판사에게서 구금 허가를 받아내 한 달 가까이 소년원에서 지냈다. 9월 27일이 되어서야 소년원에서 풀려난 것이다.
또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일부 청소년은 경찰서 내에서 성인과 함께 구금되기도 한다. 이는 청소년과 성인의 별도 구금을 규정한 법규에 어긋난다.
이를 두고 홍콩 야당 의원 입킨웬은 “폭동 혐의로 구금되는 성인들도 보석 허가를 받으면 일주일 내에 풀려난다”며 “한 달 가까이 청소년을 구금하는 것은 그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홍콩 시위에 활발히 참여하다 바닷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15세 소녀 천옌린의 죽음으로 여전히 홍콩 사회가 논란인 가운데, 100명 이상의 청소년이 경찰에 체포돼 구타·구금을 당하고 있어 더욱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천옌린의 죽음을 두고 그의 어머니가 “딸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맞다”고 밝혔지만 홍콩 사회에는 천옌린의 어머니도 중국 정부나 경찰에 압박을 받았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결국 천예린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천예린의 시신은 지난 10일 화장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