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공공기관들의 채용 필기시험이 지난 19일 마무리됐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보수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도 불릴만큼 인기가 많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들의 시험에는 최근 급부상한 경제 현안이나 정책과제가 대거 등장했다.
금감원이 대표적이다. 2차 필기시험에서는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사태와 일본 수출규제가 논술 문제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분쟁이 빈발하는 이유를 금융소비자 측면과 금융기관 측면에서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서술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또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우리 정부의 대책과 적절성도 논하라는 문제도 제출했다.
최근 ‘D(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공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문제도 다수 나왔다. 신용보증기금은 디플레이션의 개념과 원인, 영향, 대응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술하도록 했다. 금감원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디플레이션 기대가 유발될 가능성을 최근 경제 상황에 비춰 설명하라는 문제를 제출했다. 이밖에 한국은행은 ‘탈세계화의 원인, 한국이 맞이한 리스크와 대응방안’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제시됐다.
이같은 시험문제 수준을 두고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어렵다”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 등에는 ‘역대급 난이도’였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문제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아울러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인재 채용을 위한 종합능력 평가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 공공기관 채용은 지원서에 성별, 연령, 출신학교·지역, 신체조건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진다. 면접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다. 올 하반기 금융 공공기관 등 10곳에서 채용하는 인원은 총 720여명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