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브렉시트, EU정상회의서는 결론날까…막판 변수는 북아일랜드

입력 2019-10-17 18:39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을 벌였지만 EU 정상회의 시작 전날인 16일(현지시간)까지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양측 협상단이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브렉시트 마감 시한인 31일을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린다. 양측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북아일랜드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의 직후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합의문 작성 실패에도 불구하고 EU를 이끄는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브렉시트 합의 가능성을 낙관한 것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재협상 합의의 기본 토대가 마련돼 이론적으로 내일 합의를 정상회의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막판 난관으로 떠올랐다. DUP는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현 상황에서 우리는 세관 관련 제안에 대해 지지할 수 없다”며 “부가가치세(VAT)에 대해서도 협상안은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정 파트너인 DUP가 지지하지 않을 경우 영국 정부가 EU와 재협상을 타결하더라도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다만 DUP는 성명에 ‘현재로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영국 정부에 협상의 문은 열어놓은 셈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브렉시트 협상 타결은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결정하는 문제에 달려있다”며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영국령이 북아일랜드의 국경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의 문제에서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의 안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해안에 관세 국경을 세우되 자국령 북아일랜드에는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 적용하는 내용이다. 법적으로는 북아일랜드를 영국의 관세체계에 남기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머물게 하는 안이다. EU는 이 안을 수용했다.

DUP는 이 안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 통합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의 안이 적용되면 어찌됐든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도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생기는데 이는 북아일랜드가 영국 내에서 다른 취급을 받게 만들 수 있는 조항이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분리·차별 대우 받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영국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DUP를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U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영국 하원에서 DUP 등의 반대로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는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하원은 EU 정상회의가 끝나는 1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측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도록 법으로 규정해놓은 상황이다.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오는 31일 무조건 EU를 나가겠다고 공언했던 존슨 총리로서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