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배신’ 논란에도 트럼프 “부자나라 돈 더내야”

입력 2019-10-17 11: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 배신’ 논란에도 돈 타령을 또 꺼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우리(미국)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조차 보호한다”면서 “매우 부유한 나라들은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구체적인 나라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동맹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보호하는) 그 나라들은 우리를 이용해 먹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면서 “아무 것도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군 2800명 추가 주둔 비용을 모두 내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모범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사우디에) 고맙다”면서 “사우디와 짧은 시간 협상했으며 사우디는 배치되는 미군 주둔 비용보다 많은 돈을 부담하는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보호를 받기 원하는 다른 많은 나라들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쿠르드족을 ‘토사구팽’했다는 비판도 반박했다.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하면서 미국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섰을 때 동지로 나섰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주장에 반론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곳(시리아)는 우리 땅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어 “터키가 시리아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일”이라며 “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그것은 터키와 우리 사이의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나라가 땅을 놓고 싸우는 사이, 우리의 장병들은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고 철군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거론하며 “쿠르드족의 일원인 PKK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마도 ISIS(IS의 옛 이름)보다 테러에 있어 더 나쁘고, 오히려 더 테러 위협이 크다”는 말까지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쿠르드족은 매우 잘 보호를 받고 있고, 지금 훨씬 더 안전하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싸우도록 많은 돈을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이 지금 훨씬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급파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회담과 관련해 “회담이 성공적이지 않을 경우 터키에 대한 제재는 엄청나게 파괴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유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탈리아 정상회담 전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50개의 미국 핵무기의 안전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자신이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하고 막강한 공군기지가 거기에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미국 핵 무기가 터키에 있다는 민감한 정보를 확인시켜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한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침공 직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터프가이가 되지 마라. 바보가 되지 마라”고 공격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