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초토화된 일본에 이번 주말 또 ‘폭우’

입력 2019-10-16 18:12 수정 2019-10-16 18:30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일본이 지난 주말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로 초토화 된 가운데 이번 주말 또다시 폭우가 예보돼 비상이 걸렸다. 제방 붕괴에 따른 침수 피해를 채 수습도 못한 상황에서 최대 100㎜의 비가 내리면 약해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2차 피해가 일어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6일 NHK 등 일본 언론은 오는 18부터 19일에 걸쳐 저기압 전선이 북상하면서 동일본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특히 1시간에 30㎜ 넘는 호우가 내리는 지역도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일본은 하기비스로 인한 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사망자는 75명, 실종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하기비스가 훑고 지나간 일본 동북 지방으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후쿠시마현(27명)과 미야기현(14명)에서 나왔다. 수도권인 가나가와현에서도 14명이 사망했다.

후쿠시마현 등 7개 현의 52개 하천에서 제방 73곳이 붕괴됐으며 피해 지역에서는 정전 및 단수도 계속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기준으로 3만여 가구에 대한 정전이 지속되고 있고, 12만여 가구가 단수로 고통받고 있다.

하기비스로 인한 경제·산업 분야 피해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규모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생활 기반과 교통망은 물론 생산시설 피해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아사히신문은 동일본 각지의 공장·산업시설이 피해를 봤으며 부품 공급망을 따라 산업 생산에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도요타는 아이치현 다카하마시 공장의 가동을 며칠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관광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서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를 잇는 신칸센 고속열차의 3분의 1이 침수되면서 이시카와 지역 경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숙박시설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도쿄와 가까운 온천 여행지로 유명한 가나가와현 하코네는 연말까지 등산철도 운행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단풍철을 앞두고 관광객 급감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전례 없는 태풍 피해에 추경예산 편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당장 급한대로 5000억엔(약 5조4650억원)의 예비비를 활용하고, 피해 지자체에 교부세를 앞당겨 지급할 방침이다. 또 지자체 복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고보조율을 높이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