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르면 16일(현지시간) 양측의 합의안 초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디언은 영국과 EU 소식통을 인용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관이었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두고 EU측에 큰 양보를 하면서 양측 협상단이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최종 ‘그린 라이트’(승인)만 남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을 세우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및 EU의 반발에 존슨 총리가 한발 물러난 셈이다.
존슨 총리는 앞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중 자신이 반대하는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2일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골자로 하는 대체안을 EU측에 제시했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이 부활하지 않도록 북아일랜드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일정 기간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것이다. 존슨 총리 등 브렉시트 강경파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영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해왔고, 이에 따라 영국 전체가 오는 2021년 EU의 관세동맹을 떠나되 북아일랜드는 농식품 분야에서 EU 단일시장에 남겨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EU는 영국 정부의 새 협상안에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존슨 총리는 다시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 적용을 받게 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방안이다. 이 경우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은 아일랜드해에서 EU의 세관 및 규제 절차를 받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측이 브렉시트 초안 합의에 근접했다”며 “이튿날 오전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막판에 정치적 또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합의 관측과 관련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가 “북아일랜드는 완전한 영국 관세체계 내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막판에 합의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