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을 겪던 해태제과식품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비상장법인 해태아이스크림(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커피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등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빙과업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해태제과 식품은 16일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공시배경에 대해 “최근 아이스크림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조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해태아이스크림 부문은 내년 1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아이스크림 전문 생산·유통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은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와 함께 빅4 빙과업체로 분류된다.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다수의 인기상품을 전국 유통영업망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빙과시장 전체가 침체하며 어려움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5년 2조184억원에 달하던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이듬해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1조6322억원으로 3년 새 20% 가까이 줄어 올해 1조원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부문 점유율도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기존 아이스크림 업계가 고전하는 것은 디저트 시장의 치열한 경쟁 탓이다. 우선 헤일로탑, 벤앤제리스, 쓰리트윈즈 등 국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사업영역 확대를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최고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커피, 밀크티 등 프랜차이즈 업체도 강력한 경쟁자다. 슈퍼마켓보다 흔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가면 갈증을 해소할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기존 빙과업체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태제과도 이탈리아 3대 젤라또 브랜드 ‘빨라쪼(PALLZZO)’와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태제과는 물적분할 이후에는 외부 투자유치, 전략적 사업제휴, 기술협력, 지분 매각 등에 더 고삐를 조여 신설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