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 관계와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갈등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어 회담에서 진전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16일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는 대화를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 일·한 또는 일·미·한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은 마쓰카와 루이(松川るい) 자민당 소속 참의원 의원이 “이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 관련 행사 참석차 방일하는 것을 계기로 한일 관계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한국이 “일한 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일한 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등 신뢰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며 기존 인식을 재확인했다. 한국의 징용 판결 등이 ‘한국 측에 의한 국제법 위반 행위’임을 강조하며 “나라와 나라의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일한 관계를 건전한 기회로 돌려가는 계기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악화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공식 석상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나 한일 연대, 한미일 연대에 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한일 대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만큼 양국 사이 갈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이날 답변에 비춰볼 때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지우는 아베 총리의 인식은 그대로인 것으로 보여 회담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베 총리가 오는 22일 일왕 즉위 의식 참석차 방일하는 이 총리와의 회담을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단시간 회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닛케이는 이 총리가 한국 주요인사 가운데 지일파(知日派)로 분류된다고 소개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