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상적인 거래” 자화자찬…중국은 ‘순수 외자 은행’ 허용

입력 2019-10-16 13: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NHL) 스탠리컵 우승팀 초청행사를 갖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1단계 합의’를 도출해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는 환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전날 외국자본이 100% 지분을 갖는 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등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내놓으며 미국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여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2019 스탠리컵’ 우승팀 초청행사에서 “아마 중국과의 무역합의 때문에 오늘 증시가 크게 올랐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딜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에 500억 달러(59조원) 규모의 농산물을 팔 것”이라며 “중국은 이 점에서 아주 훌륭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는 2단계(합의)가 있다”며 “이미 1단계에서도 은행과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다. 실제 1단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민들이 최대로 (중국에 수출을) 한 게 160억 달러라고 들었는데 “700억을 요구하라”고 미 협상팀에 말했다며 뒷얘기도 공개했다. 이에 협상팀은 “아니, 700억을 의미하는 건 아니죠”라며 규모에 의구심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700억을 요구하라”고 했고, 결국 500억에 서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또 협상팀은 미국 농민들이 그 많은 농산품을 생산하기 어렵다며 “200억만 요구하자”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500억으로 하라”고 밀어붙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판매했던 규모의 3배나 되는 농산품 거래를 이끌어냈다고 자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면담한 뒤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바 있다. 중국은 연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대두와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하는 대신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하는 조치를 보류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외자은행관리조례’를 수정해 자국에서 순수 외국 자본으로 은행을 설립해 영업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금융시장 개방의 일환으로 핵심 금융 산업인 은행업 지분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이번에 법제화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금융시장 개방은 미·중 무역 전쟁에서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개정 조례는 공포일인 이날부터 발효됐다.

국무원은 또 외자 보험사가 중국에서 영업하려면 30년 이상의 해외 영업 이력을 갖추고 중국에서 2년 이상 대표처를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외자보험관리조례’도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 국무원은 이번에 은행, 증권, 보험업의 외자 주식 비례 제한을 완화하고 외자 금융 기관의 중국 내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은행업 전면 개방을 비롯해 증권·보험·펀드·선물·신용평가 등 다양한 금융 분야 시장 개방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