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저의 쓰임은 다했다”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이날 오전 11시 직접 마이크를 잡고 검찰 특수부 축소 등 2차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장관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미 물러날 뜻을 굳힌 뒤 ‘유작’과 같이 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저는 검찰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며 “오늘의 노력이 모여 몇 년 후 검찰 모습은 ‘사람이 먼저다’를 가장 앞서서 실천하고 있는 ‘국민, 인권 중심의 검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한, 국민 중심의 검찰 조직 문화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촛불 국민들은 다들 자기 일을 하러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어느 기사 제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라는 말씀을, 국민들께서 먼저 몸소 실천하며 저를 일깨워주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마지막까지 제게 주어진 일과 소명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소회를 밝힌 뒤 3시간이 지나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로 시작하는 사퇴의 변을 기자단에 공개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를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이 ‘사의는 청와대 뜻인가, 조 장관 본인 뜻인가’를 묻자 “장관님의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조 장관이) 촛불을 보면서 계속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 동안 계속 그런 고민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