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1)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수확한 첫 승의 기세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다음주 제주도에서 개막하는 PGA 투어 더 CJ컵으로 돌아갔다.
임성재는 13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 코리아 컨트리클럽(파72·7434야드)에서 KPGA 투어의 올 시즌 최종전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우승으로 끝낸 뒤 “긴장감과 갤러리의 열기 속에서 우승했다. PGA 투어에서 같은 상황이 있다면 이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한국에서 첫 우승을 거둬 기쁘다. 이를 계기로 PGA 투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문경준에게 7타 차이로 뒤진 1언더파 공동 5위에서 출발했지만,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고 데일리 베스트를 썼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 상금 3억원과 제네시스 차량 1대를 손에 넣었다.
임성재는 2015년 8월 KPGA 프로로 입회하고 이듬해인 2016년 코리안(1부) 투어에 데뷔했지만 그동안 승수를 쌓지 못했다. 그해 KPGA와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투어를 병행했고, 지난해 PGA 투어에 진출했지만 마찬가지로 1부 투어 우승은 전무했다.
PGA 웹닷컴(2부) 투어에서 2승을 챙겼지만, 앞서 한·미·일 1부 투어 정상을 밟은 적은 없었다. 올 시즌 KPGA 투어 최종전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1부 투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임성재는 오는 17일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개막해 나흘간 진행되는 PGA 투어 더 CJ컵에 출전한다. 제주는 임성재의 고향이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로 최초의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임성재는 고향에서 투어 첫승을 조준하고 있다.
임성재는 “꼭 우승하고 싶다. 메인 스폰서 대회여서 각오가 남다르다”며 “감도 좋다. 이번 주에 이렇게 우승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성재 일문일답
-우승한 소감은?
“약 2년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에서 첫 우승을 거둬 기쁘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PGA 투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18번 홀(파5)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는가.
“티샷과 세컨샷이 원하는 구질과 방향으로 가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잔디가 길어 퍼터로 퍼트하면 공의 방향이 흔들릴 것 같아 웨지로 퍼트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오른팔에 테이핑했다. 팔 상태가 어떤가.
“팔은 프로암 이후로 회복했다. 아무 문제없다. 단지 예방 차원에서 테이핑했다.”
-PGA 투어 코스와 이곳(인천 잭니클라우스 코리아 컨트리클럽)을 비교하면 어떤가.
“이번주에 핀 위치가 너무 어려웠다(웃음). 그래서 세컨샷을 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린도 부드러웠는데, 공이 안 멈췄다. PGA 투어의 일반적인 대회 코스와 비교했을 때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더 CJ컵 코스(제주 나인브릿지)와 이곳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둘 다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잭 니클라우스 클럽 페어웨이의 잔디가 더 긴 것 같다. 그린 주변 러프 길이도 비슷한 것 같다. 두 곳의 코스 컨디션은 워낙 좋다(웃음).”
-이날 우승을 경쟁할 때 긴장이 되지 않았는가. 16번 홀 보기는 긴장 탓이었는가.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16번 홀에서 세컨 샷을 했는데, 나는 정확하게 그린 위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의 스핀이 풀려 공이 계속 굴러갔다(웃음).”
-7타 차를 뒤집고 우승했다. 이날 언제부터 우승을 예감했는가.
“9번 홀과 10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상승세를 탔다. 특히 10번 홀의 경우 약 10m 정도 거리의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 그때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남은 홀에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지난달 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18번 홀에 들어갔다.
“맞다(웃음). 그때도 18번 홀 플레이를 끝낸 뒤 1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 대회를 우승한 선수(세바스티안 무노스)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넣고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당시 그 선수가 버디를 못 할 줄 알았다(웃음).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고 ‘골프는 끝까지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했다.”
-14번 홀(파4)에서 티샷을 한 번에 그린 위로 올렸다. 승부수였나.
“14번 홀의 거리(372야드)를 봤을 때 드라이버를 잡으면 한 번에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린 우측에 해저드가 있지만 핀과의 거리가 가까워 자신 있게 쳤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콘페리 투어 생활이 PGA 투어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됐는가.
“당연하다. 콘페리 투어의 잔디나 코스는 PGA 투어와 비슷하다. 그 덕에 PGA 투어에서 빨리 적응한 것 같다.”
-현재 본인의 실력에서 더 다듬을 점은 무엇인가.
“지금 샷 감은 매우 좋다. 다만 벙커샷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샌드세이브율이 떨어진다. 그린 주변 러프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포함해 전반적인 쇼트게임 능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1부 투어 우승은 처음이다. 앞으로 PGA 투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연하다. 긴장감과 갤러리들의 열기 속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PGA 투어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이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더 CJ컵에 임하는 각오는?
“꼭 우승하고 싶다. 메인 스폰서 대회여서 각오가 남다르다. 감도 좋다. 이번 주에 이렇게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