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4)이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다운 입담을 뽐냈다. 주류회사의 후원을 받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세리머니로 ‘소맥’을 트로피에 담아 들이킨 뒤 “소주의 비율이 작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13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동서코스(파72·6736야드)에서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친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선두를 끝까지 지켜 우승했다. 2017년 9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2년여 만에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탈환해 투어 통산 10승을 채웠다. LPGA 투어에서는 통산 6승, 올 시즌 메이저 2승을 포함한 4승을 누적하고 있다.
고진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우승 공약으로 ‘소맥’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대회의 흥미를 높일 목적으로 하이트진로에서 생산되는 두 종류의 주류를 마시겠다는 취지였다. 세계 랭킹 2위 박성현이 먼저 “소맥을 마시겠다”고 선공하자 고진영은 “성현 언니가 마신다니 나도 우승하면 마시겠다”고 되받았다. 결국 그 약속을 시상식장에서 지켰다.
고진영 일문일답
-우승한 소감은?
“후원사 대회에서 우승해 매우 기쁘다. 3년 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번 우승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행복하다.”
-3년 전 우승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그때와 지금의 후원사가 다르다(웃음). 3년 전에는 KLPGA 투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우승했다. 지금은 미국(LPGA)에서 활동하던 중 잠시 한국에 돌아와 우승한 점에서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4라운드에서 연달아 파를 기록했다. 조급하지 않았는가.
“파를 하든 버디를 하든 보기를 하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보시는데 조금은 지루하셨을 수도 있다. 파를 많이 하는 게 최선이었다.”
-해외파가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경우가 드물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회에 출전한 이상, 모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맥 공약을 지켰다.
“소주가 적게 들어간 비율은 살짝 아쉬웠다(웃음). 하지만 즐거웠다. 살짝 취하는 것 같다.”
-국내에서 경기하는 동안 어떤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가.
“지난주까지 샷은 좋았지만 100야드 이내 플레이와 퍼트가 아쉬웠다. 이번 주에도 100야드 이내 플레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지난주보다 퍼트가 좋아져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무엇인가.
“뷰익 LPGA 상하이(17~20일 중국 상하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24~27일 부산),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31일~11월 3일 대만 타이베이)에 출전한다. 그 이후 한국에서 2주 정도 휴식하고 마지막 CME 투어 챔피언십(11월 21~24일 미국 플로리다)에 나갈 계획이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드라이버 거리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거리가 멀리 나가면서 코스 공략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차 대신에 비행기로만 이동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지난해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올 시즌에는 비행기밖에 이동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니 훨씬 나아졌다.”
-세계 랭킹 1위의 위상을 스스로 느끼는가.
“못 느낀다. 나는 그냥 스물다섯 살의 사람 고진영이지 않나 싶다.”
-다른 선수에 비해 갤러리·미디어(여론)에 무감각하다는 평도 있다.
“모두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나갈 때마다 예쁘다고 말해 주시고, 파이팅을 외쳐 주셔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올 시즌 LPGA 신인왕을 이정은6가 수상했다.
“정말 대견하다. ‘가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가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언니들의 조언을 받았던 것처럼 정은이가 미국에 올지 말지 고민할 때 같은 조언을 해줬다. 한국 선수가 5년 연속으로 신인상을 받게 된 점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게 느낀다.
-올 시즌 남은 일정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 2주간 한국에서 경기하며 행복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행복한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를 가장 받고 싶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