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출입은행, MB정부 때 투자한 해외자원 펀드 이달부터 청산

입력 2019-10-14 09:00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명박(MB)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투자한 자원개발 펀드들을 이달부터 차례로 청산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 펀드가 총 4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중 한 펀드는 수익률이 –100%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상태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펀드 약정 및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수출입은행이 투자한 펀드는 총 21개다.

이중 눈에 띄게 높은 손실률을 기록한 펀드는 이명박정부 때 투자한 탄소펀드, 자원개발 1호 펀드, 자원개발 2호 펀드 등 자원개발 펀드 3개다. 탄소펀드는 –65%의 수익률을, 자원개발 1호 펀드는 –9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자원개발 2호 펀드는 수익률이 –100%로 사실상 투자 금액이 모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펀드의 총 손실 금액을 따져보면 413억원이 투자됐고, 이중 380억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탄소펀드는 이달, 자원개발 1호 펀드는 오는 12월, 자원개발 2호 펀드는 내년 8월에 차례로 청산될 예정이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수출입은행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수출입은행이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 등에 한정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2009년 9월 탄소펀드를 조성했고, 12월과 다음 해 8월 두 자원개발 펀드에 참여했다. 당시 수출입은행 외에도 공공기관과 일반법인, 연기금 등이 투자에 참여했었다.

2014년 수출입은행법이 개정된(해외 투자 기업 직·간접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 이후 이뤄진 나머지 18개 펀드에 대한 평균 수익률은 10%로 자원개발 펀드들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었다.

조 의원은 “국책 은행은 철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데, 정권의 기조에 편승한 안일한 투자 행태로 400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공중분해 시켰다”며 “앞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한 펀드에 대해서는 철저한 투자관리 계획을 세워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