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 압박을 무시하고 시리아 국경을 넘어 파죽지세로 진군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와 장기간 전쟁을 벌이며 단련된 쿠르드군은 첨단무기를 앞세운 터키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친(親)터키 반군이 쿠르드족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터키의 진격을 막기 위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쿠르드족 요충지 라스알아인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라스알아인은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의 중심 도시로서 2013년부터 쿠르드족이 통제해왔다. 쿠르드 정부는 터키 국방부 발표를 부인했지만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이 공업지역 등 라스알아인 중심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터키군의 침공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사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양측 사이의 교전으로 최소 8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시리아민주군(SDF) 등 쿠르드 측에서 59명, 친터키 반군 측에서 13명이 숨졌다. 터키군에서도 전사자가 8명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자국군이 ‘테러리스트’ 459명을 무력화했다고 밝혔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친터키 반군이 쿠르드족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DF에 따르면 친터키 반군 중 하나인 시리아국가군(SNA)이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만비즈와 까미슐리를 연결하는 M4 고속도로에서 민간인 9명을 처형했다. 피살자 중에는 여성 정치 지도자 헤르빈 카라프 시리아미래당 사무총장도 포함돼 있었다고 SDF는 밝혔다. 반면 SNA는 자신들이 해당 지점까지 진격하지 못했다며 SDF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터키군이 진격 도중 미군 특수부대 기지 인근에 포격을 가한 사건을 두고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터키군은 즉각 미군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터키 측이 미군을 작전지역 바깥으로 몰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력시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위크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군 특수부대가 주둔 중인 코바니 인근 전진 초소 인근에 포탄 여러 발이 떨어졌다.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기지로부터 수백m 떨어진 곳이었으며 미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미국 관리가 전했다. 포격 강도가 매우 강력했던 탓에 현장에 있던 미군 지휘관은 한때 반격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군은 쿠르드 측 공격에 대응 사격을 했을 뿐 미군을 공격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터키군이 미군 기지의 위치를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터키군의 작전 지역인 터키·시리아 접경에서 미군을 쫓아내기 위해 위협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비난하며 제재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對)터키 무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유럽 정상들은 오는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터키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 행정부도 터키의 추가 진격을 막기 위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준비 중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필요하다면 터키 경제를 완전히 멈추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