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급매물 속출,소매판매 23%↓…시위 장기화에 경제 추락

입력 2019-10-03 16:37
지난 1일 홍콩 시위에서 경찰이 고교생의 가슴에 실탄을 쏘는 장면.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범죄인인도법안(환송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최근 시위가 격화하자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소매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3% 급감하는 등 홍콩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일 고교생이 경찰의 실탄에 가슴을 맞아 중태에 빠지는 등 홍콩 정세가 극도로 악화하자 주택 구매 심리가 얼어붙고 은행들도 부동산 담보가치 평가액을 낮추면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홍콩 정관오 지역의 378평방피트(35㎡) 아파트는 지난 2일 가격이 당초 700만 홍콩달러(약 10억 7000만원)에서 65만 홍콩달러로 7.1% 인하돼 매물로 나왔다.

하루 앞서 1일에는 마온산 지역에 있는 919평방피트(85㎡) 아파트가 당초 가격보다 20.2%(330만 홍콩달러) 인하된 1300만(약 20억원) 홍콩달러에 팔렸다.

HSBC은행도 최근 틴수이와이 킹스우드 빌라의 548평방피트(50.9㎡) 아파트 담보가치 평가액을 7.7%나 낮췄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지난 8월 1.4% 하락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주택, 사무실, 상가, 주차장 등 홍콩의 부동산 거래액은 364억 홍콩달러(약 5조600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14% 급감하며 최근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기업 미들랜드의 임원 에릭 옹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해소되지 못하고, 글로벌 경기마저 악화하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 스카이라인.홍콩=노석철 특파원

기업 활동이 침체하면서 센트럴,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등 홍콩 번화가의 8월 사무실 공실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또 지난 8월 홍콩의 소매판매액은 294억 홍콩달러(약 4조5000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고 홍콩 정부가 밝혔다. 금융시장은 8월 소매판매액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더 악화된 수치가 나왔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8년 9월보다 더 가파른 감소세다.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홍콩소매업협회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았다”며 “시위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10월 소매판매 감소율은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일 국경절에 최악의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홍콩의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국경절 5일 연휴 ‘골든 위크’ 특수도 실종됐다.지난해 골든 위크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120만 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국경절보다 방문객 수가 62.4% 급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