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극성-3형’ 발사 성공…김정은 모습 안 보여

입력 2019-10-03 16:20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에서 김정식, 전일호, 장창하 등 북한 국방과학 부문 간부들이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 인민복을 입고 고개를 돌린 사람은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동해상으로 쏘아올린 발사체는 신형 잠수함타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위적 군사력을 한층 강화하는 중대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모습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단 의도로 읽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로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전날 오전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발사한 발사체 정점고도 910여㎞, 비행거리 약 450㎞로 식별됐다.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는 정점고도 등에 비춰 SLBM으로 추정했다.

김 위원장의 참관 모습은 보도되지 않았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냈다”고 짧게 전했다. 김 위원장을 대신, 국방과학 부문 간부들이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최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 발사 때마다 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의 참관 사실을 공개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를 두고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 어떤 신형 무기 시험보다 중요한데 김 위원장이 지도하지 않은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화의 판까진 깨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최고지도자의 SLBM 발사 참관 모습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자극은 피했단 것이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과 함께 미국이 경계하는 전략무기 중 하나다. 전날 미 국무부는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이번 SLBM 발사로 그동안 언급해온 ‘새로운 길’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일 수도 있단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핵화 협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핵·미사일 개발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 외무성 관계자들도 여러 차례 담화를 통해 ‘새로운 계산법’을 주문하며 새로운 길을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새로운 길’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이 안 풀릴 경우) 핵과 ICBM 실험을 할 수 있단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