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683편에선 대한항공의 동남아 노선 개설 소식을 전하는 1969년 대한뉴스가 상영됐다.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호찌민은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가 최초로 개설한 국제선 도시다. 1969년 3월 1일 창립한 대한항공은 그해 10월 2일 서울~호찌민 취항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항공사 반열에 오르게 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호찌민으로 향한 항공편을 창립 50주년 기념 항공편으로 정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국력 신장의 상징인 미주 노선 개설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동남아 노선을 점진적으로 연장해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대한항공의 국제선 노선은 대한항공공사 시절 취항했던 서울~오사카(1964년 3월 17일 개설), 부산~후쿠오카(1965년 9월 1일 개설), 서울~도쿄(1968년 7월 25일 개설) 등 3개에 불과했다.
베트남 파병 군장병과 현지에 진출한 건설 업체 근로자 수송을 위해서도 베트남 노선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노선 개설에 미온적이었다. 대한항공이 서울~호찌민 노선을 취항하더라도 자국 항공사가 서울에 취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근무했던 한진상사 임원은 주베트남 한국대사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 동시에 직접 베트남 항공국장을 찾아가 극적으로 운항 허가를 받아냈다.
호찌민으로 첫 발을 내디딘 대한항공은 1971년 4월 서울~도쿄~LA 화물 노선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미주노선 정기 취항을 시작했다. 또 서울~파리에 1973년 10월 화물 노선, 1975년 3월 여객 노선을 개설하면서 유럽에 본격적인 태극 날개를 펼쳤다.
대한항공 창사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50년 역사의 첫 페이지를 기억하고 고객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내용으로 인천공항, 기내, 도착지인 호찌민 공항 등에서 진행됐다. 다음달 6일까지 객실승무원 3개 팀이 역대 유니폼 11종을 동시에 입고 근무하는 행사도 실시한다.
기념 비행에는 서울~호찌민 취항식 현장을 직접 경험했던 김태순(75)씨 등 7명의 전직 여승무원들도 함께 했다. 김씨는 “50년 전 호찌민 등 동남아 노선을 태극 마크를 단 항공기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고갔던 기억이 선하다”면서 “50년 세월 동안 고객의 사랑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대한항공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