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5%룰 완화, 정부의 기업 개입 강화 우려”

입력 2019-10-03 11:46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6일 입법예고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개정안이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경연은 이같은 의견을 담은 정책건의서를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한경연은 개정안이 정부의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주요 부처의 차관 4명, 국민연금 이사장 등 총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위원이다. 또 자국기업의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OECD 17개국 가운데 기금운용 결정기구의 장이 현직 장관인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정부의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 여지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이 그 때 그 때 달라질 수 있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될 수 있다는 점도 한경연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연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목적의 정관변경’을 경영참여가 아닌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은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경영 참여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은 국민연금이 제·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인데 기존 단순투자자가 큰 부담 없이 실질적인 경영참여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를 자주 개정할 경우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투자자의 경영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경영참여 확대에 따른 정부의 경영개입 및 경영불확실성 증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경영참여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간 경영참여에 해당하여 단순투자자에게 금지되던 이사에 대한 직무정지, 해임요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추진, 배당 관련 활동 등을 공적연기금에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기존 5일 이내에 금융위 또는 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월별로 보고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