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1 한국에서 잘 팔릴까?…5G 없어서 시큰둥한 이통3사

입력 2019-10-03 07:00

올해는 이통3사의 아이폰 판매 경쟁이 예전처럼 뜨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한창인데 아이폰11에 5G가 없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11의 초반 판매 분위기가 예상보다 뜨거운 가운데 한국 판매량은 어떨지 관심이 쏠린다.

아이폰11은 ‘혁신이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판매 순항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11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아이폰11 초반 판매에 대해 “매우 강력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라가 개선된 것이 큰 호응을 얻었지만, 판매 증가와 직결된 것은 가격 인하로 해석된다. 아이폰11은 미국에서 64GB 모델이 699달러로 지난해 아이폰XR(749달러)보다 50달러 내렸다.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하가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이폰11 64GB 모델이 99만원으로 지난해 아이폰XR과 같다.

아이폰11이 한국에서는 예년만큼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통사들이 5G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5G가 없는 아이폰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3일 “5G 가입자 유치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11은 대규모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아이폰 예약 판매에 들어가 25일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거처럼 요란한 사전 출시 행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통사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5G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느라 마케팅 비용을 거의 소진한 상태다.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5G 가입자는 애초 올해 말까지 목표치였던 200만 가입자를 8월에 이미 돌파했다. 9월에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5G 요금제가 LTE보다 비싸고, 지속적인 망 투자를 위해선 5G 가입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통사들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5G 유치전 속도를 늦출 이유는 없다. 때문에 아이폰11이 출시되더라도 마케팅의 중심은 갤럭시 노트10과 13일 출시될 LG전자의 V50S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아이폰 충성 고객이 있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아이폰 판매 경쟁에 뛰어들 ‘불씨’는 남아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고가 요금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한 이통사에서 보조금을 지르면 다른 곳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점유율을 방어하는 차원이지 늘리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