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던 중국계 미국인을 중국 정부의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앤더슨 미 연방검사는 중국계 미국인 쉐화 에드워드 펑(56)이 중국 정보당국의 운반책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담긴 감시 영상을 기소 이유로 제시했다. 펑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미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와 뉴어크, 조지아의 콜럼버스 등에 마련된 접선 장소에서 미국 안보 관련 기밀 정보가 담긴 디지털 카드 등을 받아 중국에 가져간 뒤 이를 중국 정부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그가 직접 국가안보 기밀을 훔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검찰은 펑이 중국 정부의 지시 하에 최소 5번의 ‘데드 드롭’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데드 드롭이란 비밀 장소에서 중개인을 통해 물건이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관련자들이 직접 대면하는 일을 막아 작전 보안을 향상시키는 스파이 기법을 의미한다. 검찰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약 2억 9927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가족이 있고,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미·중 양국을 왕래하던 펑은 FBI의 이중간첩 작전에 덜미를 잡혔다. FBI는 이중간첩인 정보원이 지난 2015년 3월경 중국 공안부 관리로부터 “펑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를 보고하자 그 직후부터 그를 감시해왔다. 미 당국은 이중간첩인 정보원을 활용해 그가 펑이 예약한 호텔 방이나 프론트에 비밀정보를 남겨두면 펑이 이를 중국에 전달토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함정을 판 뒤 펑을 옭아맸다.
미 연방검찰이 중국 정보기관 요원 혐의로 구속된 이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더슨 연방검사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은 ‘그라운드 제로’(핵폭탄의 낙하지점) 상태가 되고 있다”며 “중국 정보당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스파이들과 미국의 특허기술 및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미 정보당국·법 집행기관들이 그곳에서 광범위한 ‘기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정보기관의 공작에 대한 미 당국의 대응이 더 단호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