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황인범, ‘기술’ 남태희, ‘가능성’ 이강인···뜨거운 벤투호 중원

입력 2019-09-30 16:46
황인범이 11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의 코페트다그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투르크메이스탄과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전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현 황태자 남태희(알 사드)와 황인범(벤쿠버 화이트캡스)에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발렌시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세 선수가 벤투호 중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벤투 감독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3차전에 나설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황인범과 이강인은 9월 A매치 명단에 이어 이번에도 이름을 올렸고, 남태희는 부상을 극복하고 11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벤투호 전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양쪽 풀백을 상대 진영 깊숙이 올려 공격 숫자를 늘린 뒤 중앙에 밀집한 수비진을 뚫고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중원에서 기술로 상대 수비를 제처내고 세밀한 전진 패스를 제공해 공격의 활로를 뚫을 선수가 필요하다.

황인범은 지난 10일 2차 예선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이재성과 함께 이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불안한 볼 키핑과 패스미스로 상대의 역습 상황을 초래해 비난 받았다.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밀집 수비를 쉽게 뚫지 못하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여전히 황인범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벤투호 출범 이후 대표팀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소집된 황인범은 이번에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벤투 감독이 밝힌 황인범의 장점은 ‘다재다능함’이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이 발탁되는 이유와 장점은 너무 많아서 다 말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황인범은 ‘전천후 미드필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모든 역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공격 전환, 조직 변화, 수비 전환 등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순간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너무 잘 이해하는 선수”라며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술적 변화를 줄 때 웬만한 포지션에서 다 뛸 수 있는 선수라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황인범의 높은 축구지능과 멀티 포지션 수행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다만 벤투 감독은 “매 번 출장기회를 보장받는 건 아니고 특히 미드필더 포지션에 경쟁이 치열하고 다른 좋은 선수도 많다”며 여지를 남겼다. 남태희의 복귀는 이 대목에서 주목된다. 남태희는 지난해 9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러진 6번의 평가전에서도 모두 선발로 나서 2골을 넣고 2번의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한 바 있다. 손흥민·황의조 등 기존 공격진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돋보였다. 화려한 기술과 발재간, 돌파 능력이 장점이다.

남태희가 지난해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 나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 감독도 남태희의 복귀를 반겼다. 그는 “큰 부상 때문에 지난 1월 아시안컵 때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직도 안타깝다”며 “남태희는 기술이 출중하고 중앙에서 볼을 갖고 하는 플레이에 장점을 가진 선수”이라고 밝혔다. 또 “포워드 바로 밑의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4-3-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를 볼 수 있고, 프리롤로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며 하는 플레이에도 장점을 갖고있다”며 “팀에 많은 걸 가져다줄 수 있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이강인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의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는 자원이다. 이강인은 지난 26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헤타페전에서 첫 선발 출전해 데뷔골을 넣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볼 컨트롤과 전진 패스 능력도 돋보인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상당히 기술이 좋고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며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어 대표팀에서 함께 하는 동안 한 층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인이 5일 터키 이스탄불의 파티흐테림스타디움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조지아전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세 선수는 중원에서 함께 발을 맞추며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고전한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전반 초반 30분 이후 원톱을 투톱으로 바꾼 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은 전반 30분까지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를 원톱으로 놓고 미드필더 중 정우영(알 사드)만을 수비적 역할로 활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썼다. 이 경우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2명의 미드필더로 세 선수가 함께 기용될 수 있다. 남태희와 이강인을 윙어로 쓸 경우에도 함께 공격을 풀어갈 수 있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스리랑카와 2차전을 치른 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의 3차전을 갖는다. 세 선수가 상대 밀집수비를 중원에서 뚫어낸다면 월드컵 2차 예선 돌파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