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회 공세·성추문에 만신창이 존슨, 그래도 “사퇴는 없다”

입력 2019-09-30 16:17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정치적 궁지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10월 31일 무조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리직을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참석에 앞서 BBC방송에 출연해 “여전히 유럽연합(EU) 측과 좋은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할 수 있으며, 이는 EU 파트너들의 상식적인 판단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의회를 통과한 ‘노 딜(No Deal) 방지법’에 따라 EU측에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EU와의)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범야권이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측과 새 합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 딜 방지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노 딜 방지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 딜 브렉시트가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당연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의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다시 하원 표결에 부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저 “EU 회원국들 역시 브렉시트 문제를 질질 끄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영국이 EU 내에 남아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노 딜 방지법을 무시하고 브렉시트를 강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당 전당대회에서도 브렉시트 완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요 각료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존슨 내각의 노 딜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EU탈퇴에 표를 던진 유권자가 1740만명으로 영국 내 어느 정당, 정책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완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브렉시트가 다시 연기되면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보다 영국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역시 브렉시트 연기 시 영국이 매달 EU에 10만 파운드 이상을 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브렉시트 문제로 사임하지 않겠다는 존슨 총리의 의지와 달리 그를 둘러싼 잇따른 성추문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과거 런던시장 시절 모델 출신인 여성 기업인과 성관계를 갖고 해당 기업인에게 보조금 지원 등 특혜를 줬다는 스캔들에 휩싸인 상태에서 이날 여기자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다. 칼럼니스트인 샬럿 에드워즈(45)는 더타임스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보리스 존슨의 방황하는 손들 위에 있는 샬럿 에드워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9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 존슨 총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