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돼지열병 잠잠했지만 태풍 ‘미탁’ 초긴장…“태풍 후 즉시 방역”

입력 2019-09-30 14:13

국내에서 지난 17일 처음 확진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주말인 28∼29일 추가 발병 없이 지나감에 따라 확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된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살처분 등이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돼지열병의 잠복기가 약 3주간이라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7일 확진된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양돈농장 사례 후 추가로 발병하지 않았다고 30일 밝혔다. 주말인 28일 경기 양주시의 의심 사례는 음성 판정이 났다. 29일에는 전국 최대 양돈 산지인 충남 홍성 사례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충남은 1227개 농가에서 국내 전체 돼지의 20%에 해당하는 24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파주를 시작으로 연천, 김포 등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군 등에서만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충남으로 번지면 전국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 정밀검사 결과가 주시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7일 파주 첫 발생 이후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군으로 확산하면서 모두 9건 발생했다. 강화군에서 5건, 파주에서 2건, 연천과 김포에서 1건씩 일어났다.

발생 2주를 맞았지만 이 전염병의 발생 및 전파 원인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생 농장 간) 차량 역학 관계나 외국인 근로자 등 여러 가지를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지하수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농식품부 검역본부에서 검사하고 (임진강) 수계, 강변 등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2차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른 원인도 분석 검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전염병의 잠복기 3주를 고려할 때 이번 주가 기존 발생지인 경기 북부와 강화군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할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잠복기가 4∼19일이라서 만약 초기 발생지에서 다른 지역 양돈농장으로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잠복기를 거쳐 이번 주에 추가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 양돈농장 등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축산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소독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태풍 ‘미탁’이 조만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병농장 주변과 집중 발생지인 강화군 돼지 살처분을 서두르는 한편 태풍 이후 소독 등에도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 17일 국내 첫 확진 직후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방역이 더 어려워졌다. 많은 비가 내리면 농가와 축산 시설 주변에 뿌린 소독약과 생석회 등이 쓸려 내려가 방역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태풍이 지나가면 이들 하천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다시 진행한다. 임진강 수계를 따라 북한으로부터 돼지열병이 국내로 전파됐다는 가설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태풍이 지난 후 즉시 소독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도축장, 분뇨처리시설, 사료공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의 철저한 소독과 차량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ASF가 이미 발생해 살처분이 진행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는 한편 살처분 진행 때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 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29일 기준으로 살처분 대상 돼지는 9만4384마리에 달한다. 6만7000여마리에 대한 살처분·매몰은 완료됐고 2만7000여마리에 대한 추가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28일 정오까지 내려졌던 전국의 돼지 일시 이동 중지조치가 해제되면서 28∼29일 이틀간 전국에서 11만3000여마리의 돼지가 도축·출하됐다. 이날도 전국 70개 도축장에서 7만8000여마리의 돼지가 도축됐다.

전국(제주 제외) 돼지고기 평균(등외제외) 경매 가격은 28일에는 kg당 5657원, 29일에는 5002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인 16일 돼지고기 경매가는 kg당 4403원이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