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 시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여파가 이어지면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반도체 전문매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8GB DDR4 D램 모듈의 계약 가격은 25.5달러로 유지됐다. D램 가격은 지난 7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보합세를 나타낸 것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D램 공급업체와 PC 제조업체 간 가격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가 대부분”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 제품에 관세를 늘리기로 하면서 OEM 업체들의 주문 속도를 증가시켰고, 일본과 한국 간의 무역 분쟁이 계속되면서 PC 제조 업체들이 D램 재고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연이은 악재들로 불확실성에 대비한 D램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이 멈췄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D램 글로벌 3위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지난 26일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의 4분기 매출액은 직전 분기보다 2% 늘어난 48억7000만달러, 영업이익은 6억9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42% 감소) 수준이지만, 최근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 예상보다는 나은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론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가이던스(추정치)를 제시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이어졌다. 오는 2020년 1분기(9~11월) 영업이익 가이던스로 5억4500만달러를 제시하며 시장 기대치(5억4800만달러)에 약간 미치지 못했다. D램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여파도 여전하다. 마이크론의 경우에도 전체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화웨이에 대한 판매가 크게 줄었고, 다음 분기 예상치도 시장 기대보다 낮다. 마이크론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과 관련해 아직 답을 받지 못했으며,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1.6% 하락한 4만84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2.3% 떨어진 8만1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예상했던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가 당장 3분기부터 개선된 수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D램 반도체 수요 증가와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매출 60조5500~5900억원, 영업이익 6조9900억~7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6조2333억원)나 2분기(6조5971억원)와 비교하면 분명 증가한 수치지만 아직은 불황 극복으로 보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