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스릴러를 사랑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소설가 스티그 라르손 등을 배출한 ‘스릴러 강국’인데, 이는 한국 스릴러 문학의 대표 주자 김언수(47)가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서전 측은 한강과 더불어 김언수의 참가를 특별히 요청했다고 한다.
살인청부업자의 얘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4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그의 소설 ‘설계자들’은 지난해 스웨덴에서도 뜨거운 화제 몰이를 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도서전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언수는 한국 작품의 이 같은 연이은 해외 진출을 “국력이 세진 결과”로 진단했다.
K팝 등 한국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감에 따라 한국문학도 점차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농담 같겠지만, 프랑스에 갔을 때 젊은이들이 BTS의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내 책을 사 가더라”며 “책이란 한 나라의 문화를 파는 것인데, 문화 국력이 커지고 발화점을 넘어서면서 한국 문학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스릴러만의 독특함도 그가 스웨덴 독자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느낀 점 중 하나였다. 김언수는 “여기선 정유정 작가나 나 같은 한국 스릴러 작가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스웨덴 스릴러가 딱딱하고 논리적이라면 한국문학은 시적이다”고 설명했다.
김언수는 부산 조폭들의 얘기를 담은 장편 소설 ‘뜨거운 피’ 등 장르성이 강한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수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영미권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는데, 설계자들은 미국 출판사에 억대 판권료로 판매됐다.
그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선이 굵게 그어진 한국 문단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언수는 “나는 좋은, 혹은 나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르를 구분하는 분위기가 우리 콘텐츠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미래는 어떨까. 도서전에서 ‘IT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현지 독자들과 소통한 그는 “소설의 입지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야기의 완전체인 소설은 할리우드 대자본의 요구가 있어 계속 발전할 거에요.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영상과 소설은 서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진화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테보리(스웨덴)=글·사진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