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번제 임신’에 간호사 10명 중 4명 육아휴직 포기

입력 2019-09-27 16:00 수정 2019-09-27 16:04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병원 간호사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임신을 순번제로 하고 동료의 업무가 과중되는데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전국 병원 근무 간호사 473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임신, 출산 경험을 가진 간호사 가운데 36.7%는 육아휴직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어서’가 33.8%로 가장 높았고, ‘인력이 부족해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어서’가 25.6%를 차지했다. 임신·출산 경험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답변도 21%에 달했다. 임신 결정 자율성이 없다는 응답도 33.9%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가 64.1%로 가장 많았다.

근로 금지 시간 및 쉬운 근로 전환이나 태아 건강검진,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8개로 구성된 모성보호제도를 사용하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제도를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간호사가 27.1%나 됐다. 사용자의 경우 대부분 1∼3개 정도였고, 9개 제도 모두를 사용한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근본 해결책은 간호사 노동 환경과 처우개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와 병원, 유관기관 등이 합심해 지원과 처벌,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